우리는 스스로를 규정하며 살아간다.
세상을 살아간 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존재증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내가 어떤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
계속 해서 확인받고 싶어하는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아닐까 싶다.
회사에서, 동아리 모임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를 증명받고 확인받고 싶어서 이야기를 하든
필요한 것을 도와주든 끊임없이 사회와 교류를 이어나간다.
아무리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필요한 만큼"의 관계는 유지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관계를 위해 우리는 우리를 되돌아보며
성향을 점차 파악해나가며 성장하게 된다.
MBTI, 내가 누군지 쉽게 알려주는 마법같은 공식
어느샌가, MBTI라는 검사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누군가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다고 생각할 수 있고
필자의 생각엔 생각보다 조금 오래된 검사유형이라고 본다.
필자가 중학생이던 2000년대 초반에도 학교에서 MBTI 검사를
통해서 "너의 성향은 이런거다" 라고 결과지를 내주곤 했다.
필자는 중학생때 ENTP가 나왔다.
MBTI가 얼마나 인스턴트같이 편하고 쉽게 개인의 성향을
말해주는 지는, 검사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심지어 모바일로도 몇분이면 뚝딱! 하고 결과값이 나온다.
나는...내향적이며...분석적이고...음....
이런 고민을 할 것도 없이
OOOO? 당신은 세상에 대해 도전적이며 희생정신이 있지만
그 안에서 따듯한 감성을 품고 있으며 리더십이 있지만
가끔은 보호받고 싶은 가녀린 성품을 지닌 사람입니다.
라고 말해준다.
과연, MBTI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스스로를 MBTI의 틀에 맞춰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MBTI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MBTI에 자신의 성향을 맞춰 규정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MBTI의 검사결과에 따라 본인의 MBTI가 OOOO이라고 나오면,
그 내용을 다 읽어본 뒤에, "나는 OOO한 사람이고 OOO 한 것 같아!"
라고 답을 내린다.
아닌 것 같은 부분이 존재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은 모습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 맞아.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 라며 그 특징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모습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냥 MBTI를 설명해놓은 게시글 가서 댓글만 쭉 봐도
자신을 그 MBTI에 넣고 스스로를 맞추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며
그게 자신의 모습과 괴리가 심하다고 느끼면,
"나는 부모님이 OOOO 이라서 나한테 그런 모습이 나오는거야!
그래서 나는 약간 소심한 ENTP라고 할 수 있지 ㅎㅎ"
"ENTP는 때로는 소심한 모습을 보입니다"
"모든 ISFJ가 착한 것은 아니예요! ISFJ를 끝없이 괴롭히면
분노조절이 안되는 ISFJ를 만날 수 있답니다"
라는 식으로 앞 뒤를 이어 맞추려고 노력한다.
사람이 언제나 따듯하고 친절할 수 있을까?
ISFJ면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어야 할까?
ENTP는 언제나 활동적이며 끼가 많아야 할까?
MBTI와 혈액형, 그리고 바넘효과
필자는 참고로 INTP다.
위에 ENTP라고 적었는데 중학교때 1번 빼고는
지금까지 심심하던 어디서 비슷한 검사를 하던
모두 INTP가 나왔다.
필자는 분석적인 편이며 공상과 생각에 잠겨 산다.
어릴때는 필자가 되게 사교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끝없이 내향적인 사람이며 사회적인 일 보다는
무엇인가 호기심 땡기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양자역학 같은 거 되게 좋아하고 우주도 좋아한다.
근데, 이게 INTP여서 좋아하는 것일까?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 가 없다.
과거 혈액형별 성격이라는 괴랄한 유행에도
우리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가?
필자는 하도 이 MBTI에 과몰입되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막 찾아보고 영상도 보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기가 막히게도 내가 INTP면 MBTI에 대해 두가지
행동양식이 존재한다.
1. INTP라서 분석적이기 때문에 MBTI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2. INTP라서 비판적이기 때문에 MBTI를 누구보다 싫어한다.
물론 필자가 분석적인 것이 맞고 비판적인 사람이 맞다.
다른 사람들보다 굉장히 심한 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검사를 하면 INTP가 나왔겠지?
근데 위의 1번과 2번은 아예 극단적으로 다른 행동이다.
어느 영상에서는 INTP가 MBTI에 누구보다 진심이라서
MBTI 박사가 있다면 INTP라고 하고,
어떤 글에서는 INTP는 비판적이라 MBTI를 극도로 혐오할 거라고 하드라.
INTP는 너~무 내향적이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 라는 글과
INTP는 아닌 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과감히 말할다. 라는 글이 있다.
필자는 여기서 딱 느낌이 왔다.
혈액형 별 성격은 개소리가 맞았고, MBTI는 그러지 않는 검사라 할 지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서로 상충되는 논리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 퍼져 있으면
그 내용은 신뢰성을 지닐 수 있는가? 당연히 없지.
MBTI는 딱 어느 정도로 바라봐야 맞을까?
필자는 매우 아쉽게도 MBTI를 좋게 봐줄 생각이 없다.
재밌는 내용이네, 하지만 이게 뭐라고? 가 딱 필자의 생각이다.
만약 INTP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INTP들은 MBTI에 대해 극혐할 거고
INTP 글에 "맞아! 나야. INTP는 바로 이런거야." 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INTP가 아니다.
사람은 모두 A라는 모습이 있으면 정반대의 B라는 모습이 존재한다.
아무리 화를 안내는 순둥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번 화를 내면
매우 크게 화를 내기 마련인데,
MBTI에서 말하는 성격은 이를 매우 모호하게 서술한다.
"OOOO은 평소에는 순하다가 화를 내면 매우 무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장담하건데, 평상시에 침착하고 심성이 착한 사람한테
위의 문구를 보여주면서 점 봐준다고 하면 딱 자신이 맞다고 박수칠 껄?
사람이 무한정 착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생각이 맞다 틀리다 할 생각도 없고
MBTI에 대해 토론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든지 말든지가 그냥 필자의 입장이다.
하지만, 딱 이 정도로 보면 MBTI가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E와 I를 놓고 본인이 사회생활을 하며
힘든 점이 있는데 자신이 어떤 성향이 숨어있었는지 헷갈릴 경우에
"아 나는 되게 외향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향성이 숨어 있었네?
앞으로 밖에 나가서만 에너지를 뿜지 말고 집에서 쉬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라고 생각하면 꼭 MBTI가 쓸데없지는 않을 거다.
내가 너무 무계획적인 사람인가?
내가 너무 계획적이어서 인간미가 없나?
이 정도는 솔직히 검사하면서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지않나?
우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틀에만 딱 갇혀서 살 필요도 없다.
누군가 틀을 던지고 가면 혼자서 어떻게든 이상한 논리를
만들면서 틀에 끼워 맞추려 노력하지 말자.
그냥 틀은 참고용일 뿐이니까.
참고만 하자. 참고만.
이 글을 쓰려고 거의 2개월간 쓸까 말까 고민했었다.
처음 걷다가 생각한 초안에서는 분량도 훨씬 길 거고
훨씬 논리적으로 압박하자는 생각을 가졌는데
막상 써 보니 귀찮고 적당선이라는게 있다는 걸 느꼈다.
그니까 뭐든 적당껏 하는게 좋아 보인다.
중간이 제일 어렵다고들 하는데 진짜 중간이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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